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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텔 폭발적 성장은 반부패 윤리시스템에서 비롯됐다" | 2010.11.19 | 8545 |
벡텔은 미국 최대 건설ㆍ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수입만 308억 달러(34조여 원)를 올렸고, 신규 수주액도 203억 달러(22조여 원)를 기록한 세계적 기업이다. 사업영역도 상상하기 힘들 만큼 무척 다기(多岐)하다. 공항ㆍ항만을 비롯해 도로ㆍ철도 시스템, 통신망, 방위산업 및 항공설비, 발전플랜트, 광산ㆍ제련소, 가스전 개발 등 건설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발길을 내딛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 지역만도 전 세계 36개국에 퍼져 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1954년 당인리 화력발전소로 첫 연을 맺은 뒤 고리 원자력발전소 3ㆍ4호기 엔지니어링ㆍ구매ㆍ건설관리, 경부고속철도 프로젝트 관리 등을 맡았다. 뿐만 아니다. 2001년 4월부터는 인천국제공항 철도 프로젝트를 담당, 한국 건설업계에 더욱 이름이 알려졌다. ‘지지 않는 해’, 벡텔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같은 거대 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윤리경영’이다. 누가 해답을 밝혔나? 낸시 맥크레디 히긴스 벡텔 부사장이다. 현재 벡텔의 윤리ㆍ준법 감시관 역을 수행하는 그는 지난주 한국을 처음 찾았다. 건설산업비전포럼 ‘건설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국제세미나’(4일ㆍ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한국 건설업계에 벡텔의 ‘숨겨진 힘’을 밝히기 위해서다. “벡텔의 놀라운 성장배경으로는 내부의 철저한 반부패 윤리시스템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건설업체들이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윤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벡텔의 ‘포청천’으로서 윤리경영의 선봉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를 <건설경제신문>이 단독으로 만났다. -왜 건설산업의 투명화가 필요한가. “투명화는 비단 건설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중요한 화두다. 그렇긴 해도 건설산업은 다른 분야보다 규모가 크고 많은 돈을 투입한다. 실제로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 건설시장에 개입하고 그만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따라서 어느 분야보다 투명성이 강조된다. 무엇보다 세금을 통해 건설분야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많은 국민이 지불한 돈에 대한 대가를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점도 투명화가 필요한 까닭이다.” -한국에서는 유독 단기간에 걸쳐 많은 건설사고(붕괴ㆍ폭발)가 일어났다. 부패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솔직히 한국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건설사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 같은 사고는 한국에만 국한해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다른 많은 나라들도 오늘날까지 건설업체 사이에 뇌물을 수수하는 등 올바르지 못한 곳에 자금이 쓰이고 있다. 기준 이하의 자재나 부품을 쓰면서도 통과를 위해 뇌물이 오가는 경우가 대표적인 보기다. 당연히 붕괴나 폭발 같은 사고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정한 계약과 안전검사 등 투명성을 통해 건설업계의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 -벡텔의 윤리경영이 벡텔의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줬나. “벡텔은 4대에 걸쳐 110년이 넘도록 가족경영을 해왔다. 이같이 뿌리박은 가족경영 위에 안정성과 지속성이라는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윤리경영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었다. 윤리와 관련한 내부의 엄격한 규정은 직원, 나아가 기업 보호에 바탕을 뒀다. 전 세계에 퍼진 벡텔 사업장의 모든 직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똑같은 매뉴얼의 윤리규정을 적용받는다. 이 같은 점이 회사의 세계적 성장에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윤리 프로그램 중 한국 건설업계에 소개하고 싶을 만한 내용이 있을 듯하다. “그럴지 모르겠다(웃음). 다른 기업들과 큰 차별성은 없다. 다만 오랫동안 기업가치로 적용해 왔다는 게 다를 뿐이다. 또한 우리 프로그램은 전사적으로 이뤄진다. 전 직원이 행동강령에 대한 컴퓨터학습에 참여하고 2년마다 재학습한다. 7개 국어로 번역된 강령집을 바탕으로 내부 워크숍을 진행한다. 벡텔 가족으로 처음 들어올 때부터 벡텔의 윤리와 준법에 대한 가치를 배운다. 대강대강 하는 경우는 없다. 비리 여부와 관계없이 내부 윤리규정을 어기는 직원이 발생한다면 가차없이 해고한다. 무엇보다 실제 회사에서 발생한 사건에 기초한 새로운 사례나 직원이 직접 제안한 사례가 윤리강령에 실리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지켜볼 만하다.” -윤리 프로그램과 관련해 관련 중소업체들과 협력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하다. “벡텔과 같이 일하는 모든 하청업체와 납품업체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윤리지침을 공유하고 행동규칙과 관련한 메뉴얼을 따라야 한다. 작은 업체일 경우 이 같은 규칙을 따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국제 투명성기구와 같은 공동 기업윤리 협력체가 마련됐다. 작은 업체들이 서로 협력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열린 장을 만들어 함께 투명성을 높여 가자는 것이다. 벡텔 혼자의 힘으로는 힘든 일이다.” -각 국가마다 부패 정도가 다르다. 벡텔이 외국 직원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반발이나 부작용이 있을 듯싶다. “부패 정도에 상관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원칙이다. 물론 개별 국가마다 건설문화가 달라 기준 적용에 어려움도 있다. 중요한 건 직원들에게 투명성의 중요함을 이해시킬 수 있느냐다. 윤리규정과 반부패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벡텔도 단기간에 이룬 기업윤리 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꾸준히 이 분야에도 지원과 관심을 쏟고 있다.” -세계적으로 건설분야의 반부패활동 계획이 활발한가. “그렇다. 실제로 스위덴의 칸스카는 최근 반부패 척결활동을 선언했다. 또 이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창립했다. 해당 업계에선 시의적절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의 건설ㆍ엔지니어링 시장의 투명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부패 척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시일이 흐를수록 부패지수가 줄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앞으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투명성에 대한 해외의 기대수준을 인식하고 투명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한국 건설업계에 남아 있는 접대나 금품수수와 같은 행위를 관행으로 돌려 쉽사리 용인해선 안 된다. 효과적 윤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많이 등장한 반부패 관련 국제 이니셔티브에 참여를 권하고 싶다. 많은 국가의 건설업계가 주축이 돼 참여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한국도 동참한다면 투명성은 상당 부분 개선되리라 믿는다. 건설산업비전 국제 세미나 같은 모임을 주도하며 반부패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건설업계의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글=은정진기자 sil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