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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와 싱거 | 2011.01.17 | 8205 |
1970년대에 로버트 그린리프(Greenleaf)는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책을 써서 단숨에 경영학계의 스나로 떠올랐다. 서번트 리더십은 진작 부터 오래 전부터 많이 이야기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근래에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화두가 크게 부각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린리프가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개념을 떠올린 것은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를 읽고 난 뒤라고 한다. <동방순례>에 나오는 ''레오''라는 인물이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십을 탄생시킨 것이다. 레오는 한 마디로 말해서 하인과 같은 존재이다. 그는 낮에는 순례자들의 식사준비를 돕고, 밤에는 여정에 지친 그들을 위해 악기를 연주했다. 항상 허드렛일만 하다 보니 모두가 레오의 존재를 낮게 보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레오가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피곤에 지친 순례자들 사이에 싸움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레오가 낮은 자세로 얼마나 큰 역활을 해왔는지를 깨닫고 그가 진정한 리더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레오는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에 나오는 ''벙어리 싱거''와도 비슷한 존재다. 그러나 벙어리 싱거가 레오와 다른 점은 항상 말없이 남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하소연을 들어만 주는 조용하고 약간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는 절대로 남에게 말을 전달하거나 구설수를 만들지 않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는 벙어리니까 말을 못하는 것이 무한한 결점일 수도 있지만,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면서 이 결점은 커다란 장점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벙어리 싱거가 없어지자 그 동네(조직)는 분열되고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가 있을 때는 벙어리로만 생각했는데, 그가 떠나고 나니 모두가 "그는 우리의 등대요 구세주였다''며 아쉬워한다. 낮은 자세로 묵묵히 공동체에 기여하는 서번트 리더 레오와 싱거,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이런 이들이 아닐까? 여현덕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